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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시> 최승자 - 올 여름의 인생 공부

kalos250 2005. 7. 4. 14:25
최승자 - 올 여름의 인생 공부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 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아이의 웃음을, 아이의 울음을, 그리고 아이의 호흡을 배워야겠다.
  흘려 보내지 못한 시간들, 썩어버리지 않도록
  다르게 기도하는 법, 사랑하는 법, 부정하는 법을...
  이 여름에 내가 해야할 인생공부는 꼭 나머지 공부인 거 같으다.
  혹은 F학점을 맞아 재수강해야하는 계절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