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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연습
kalos250
2005. 9. 11. 16:01
직장동료였던 해수기는 오래 전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내게 말했다.
"저렇게 같이 여행을 갈려면 네가 얼른 운전을 배워야해. 저만큼의 장거리 여행은 혼자서 운전하기 힘들거든."
그로부터 거의.. 십사년쯤 됐을까. 난 이제야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운전을 배울 것을 강력히 종용하던 해수기는 이제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고, 그래서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꾸게 되었다.
나랑 생일이 일주일차로 비슷해 생일 즈음에서야 만나곤 하는 해수기는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다. 170의 늘씬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와 덧니가 매력적인 이 친구는 직장에서 만난지 1년쯤 되던 해에 내게, 사실은 자기가 나보다 한 살이 어리다고 '고백' 을 하였다. 왜 동갑이라고 했어? 라는 내 물음에 이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친구하고 싶어서..미안해~"
그리하여 나는, 자주는 못 만나지만 계속 해수기와 친구하고 있다.
며칠 전 각자 집에서 딱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오래 간만의 재회를 하였을 때 해수기는 치열교정기를 하고 나타났다.
"어이~ 여전히 해리포터군."
"웬 치열교정기? 그거 사춘기때 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 요즘엔 아줌마도 많이 한다네."
"그러면.. 덧니는 없어지는 거야?"
"그럼. 그러라고 하는 거지."
"서운하네. 귀여웠는데"
약속장소인 고속버스터니널에서 한참을 헤멨다며, 아줌마는 다 그래, 아줌마가 다 됐어, 를 연발하면서도 여전히 사춘기 소녀쪽으로 보이는, 그리고 나를 여전히 해리포터라 불러주는 친구를 보면서, 호호 할머니들이 여고 동창생들을 만나 아직도 학교 때 그대로야.. 하며 서로를 위로해주는 풍경을 생각했다.
운전은 만만치 않았다. 기능시험 일주일 코스라 일정도 빡빡한데다 무슨 교육도 많고 딴 일도 겹쳐 잠도 부족하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하루 14시간을 소화한다는 강사들은 나의 불안한 운전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얼마나 졸아대던지.. 그들이 안쓰러워 자꾸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나의 불안한 운전실력이 미안해 죽을 판이었다.
"핸들을 어디서 얼마나 돌려야하는지 감이 잘 안와요."
"적당~히. 이렇~게. 알겠지요? 바로 이렇~게. 적당~히"
"그렇니까 요리 같은 거군요. 갖은 양념을 적당히 넣어라, 하는."
"바로 그거지. 손맛으로!"
어제, 드디어 단독주행을 돌고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켜보니, 영화채널에서 "버스, 정류장"을 한다.
"난 성인이 된 여자가 싫어, 남자도 마찬가지고" 라고 말하던,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피터팬 같은 남자가 문득 운전시험을 보는 장면, 떨어지고선 우씨~ 하며 성질을 내며 좌절하는 장면 등이, 익숙해진 운전연습장과 시험장과 함께 눈에 확 들어온다.
봄날은 간다, 의 한장면도 떠오른다.
상우의 트럭에 오르던 은수가 상우와 헤어지고 장만하게 되는 연두색 자동차.
그 반들거리던 차 옆면을 열쇠로 끼이익 긁어버리던 상우...
낼은 필기시험, 모레는 기능시험을 본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합격을 하게 될 것이고 주행시험을 준비하고 마침내 면허증을 쥐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운전면허를 딴다고 내가 갑자기 어른이 된다거나 내 인생이 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그저 아, 자동차핸들은 이정도가 이렇게고, 이만큼이 적당하게구나 라고 깨닫게 될 뿐.
여전히 세상을 탐색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야하는데 하면서..
어쩌면 언젠가는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고 (가족을 한 번쯤 버리라고 해수기도 꼬드겨서)운전을 하고 놀러다닐 수도 있고, 그러기를 바라긴 하지만.. 글쎄,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게 있을거 같지는...
"저렇게 같이 여행을 갈려면 네가 얼른 운전을 배워야해. 저만큼의 장거리 여행은 혼자서 운전하기 힘들거든."
그로부터 거의.. 십사년쯤 됐을까. 난 이제야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운전을 배울 것을 강력히 종용하던 해수기는 이제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고, 그래서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꾸게 되었다.
나랑 생일이 일주일차로 비슷해 생일 즈음에서야 만나곤 하는 해수기는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다. 170의 늘씬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와 덧니가 매력적인 이 친구는 직장에서 만난지 1년쯤 되던 해에 내게, 사실은 자기가 나보다 한 살이 어리다고 '고백' 을 하였다. 왜 동갑이라고 했어? 라는 내 물음에 이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친구하고 싶어서..미안해~"
그리하여 나는, 자주는 못 만나지만 계속 해수기와 친구하고 있다.
며칠 전 각자 집에서 딱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오래 간만의 재회를 하였을 때 해수기는 치열교정기를 하고 나타났다.
"어이~ 여전히 해리포터군."
"웬 치열교정기? 그거 사춘기때 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 요즘엔 아줌마도 많이 한다네."
"그러면.. 덧니는 없어지는 거야?"
"그럼. 그러라고 하는 거지."
"서운하네. 귀여웠는데"
약속장소인 고속버스터니널에서 한참을 헤멨다며, 아줌마는 다 그래, 아줌마가 다 됐어, 를 연발하면서도 여전히 사춘기 소녀쪽으로 보이는, 그리고 나를 여전히 해리포터라 불러주는 친구를 보면서, 호호 할머니들이 여고 동창생들을 만나 아직도 학교 때 그대로야.. 하며 서로를 위로해주는 풍경을 생각했다.
운전은 만만치 않았다. 기능시험 일주일 코스라 일정도 빡빡한데다 무슨 교육도 많고 딴 일도 겹쳐 잠도 부족하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하루 14시간을 소화한다는 강사들은 나의 불안한 운전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얼마나 졸아대던지.. 그들이 안쓰러워 자꾸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나의 불안한 운전실력이 미안해 죽을 판이었다.
"핸들을 어디서 얼마나 돌려야하는지 감이 잘 안와요."
"적당~히. 이렇~게. 알겠지요? 바로 이렇~게. 적당~히"
"그렇니까 요리 같은 거군요. 갖은 양념을 적당히 넣어라, 하는."
"바로 그거지. 손맛으로!"
어제, 드디어 단독주행을 돌고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켜보니, 영화채널에서 "버스, 정류장"을 한다.
"난 성인이 된 여자가 싫어, 남자도 마찬가지고" 라고 말하던,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피터팬 같은 남자가 문득 운전시험을 보는 장면, 떨어지고선 우씨~ 하며 성질을 내며 좌절하는 장면 등이, 익숙해진 운전연습장과 시험장과 함께 눈에 확 들어온다.
봄날은 간다, 의 한장면도 떠오른다.
상우의 트럭에 오르던 은수가 상우와 헤어지고 장만하게 되는 연두색 자동차.
그 반들거리던 차 옆면을 열쇠로 끼이익 긁어버리던 상우...
낼은 필기시험, 모레는 기능시험을 본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합격을 하게 될 것이고 주행시험을 준비하고 마침내 면허증을 쥐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운전면허를 딴다고 내가 갑자기 어른이 된다거나 내 인생이 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
그저 아, 자동차핸들은 이정도가 이렇게고, 이만큼이 적당하게구나 라고 깨닫게 될 뿐.
여전히 세상을 탐색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야하는데 하면서..
어쩌면 언젠가는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고 (가족을 한 번쯤 버리라고 해수기도 꼬드겨서)운전을 하고 놀러다닐 수도 있고, 그러기를 바라긴 하지만.. 글쎄,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게 있을거 같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