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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

kalos250 2004. 10. 20. 02:04
지난 주 한 언더그라운드 트렘펫 연주자를 만났다.
얼마 전에 노가다 일을 그만두고 다시 트럼펫을 잡았다는 28세의 청년.
음악교육을 받은 일 전혀 없음에도,
영화속 최민식의 연주곡이 너무 맘에 들어, 집에와서 바로 채보해서 연주를 할 만큼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단다.
잠깐 들은 그의 연주는 그리 고급하지 못한 내귀에도 근사하게, 깊고 청량한 음색으로 울렸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분명 그의 연주하는 모습을 디카로 찍었는데, 메모리엔 그의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만에 하나 다시 만났을 때 그가 찍은 사진에 대해 물어보면, 그의 연주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대답해야겠다. ^^;;)

그런데... 어느 꽤 잘 나가는 컨셉 디자이너는 그의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의 나이 이제 28세이고, 그가 30이 넘으면 분명히 여느 평범한 삶의 방식을 택하게 될 거라고.
그는 내기를 걸 수 있다고 했다. 만원에..
글쎄. 그럴까..





이 사진은 오늘 만난 다큐멘타리 감독이다.
그가 가르쳐준 싸이월드 주소로 들어가보니,
대문에 이런 말이 있다.


" 이 윤 보 다 생 명 을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 "


그의 프로필,

전경진

1997년 박순덕 열사 투쟁속보 연출
2001년 들불의 노래 연출
2001년 한판붙자 남자세상 연출
2002년 장애도 멸시도 없는 세상 에서..... 연출
2003년 해맑은 웃음을 위하여 연출
2003년 선생님이 계신 곳이 교단입니다1부 연출

함께 만났던 동생이 묻는다.
"언니 주위엔 그렇게 나이 먹어도 안변하는 사람 많아?"

하긴.. 그의 나이 벌써 서른 넷.
첨 만났던 20대 초반을 생각해보면 정말 참 안 변했다.
가난하고 담백한 생활도 마찬가지,
투명한 열정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뭐 그렇게 가까이 지내지는 못하는 관계이니,
그의 인간성에 대해선 100% 보장은 못하겠지만. ㅎㅎ)

사람들은 참 많이 변한다.
나이 먹을수록, 혹은 나이를 먹으니까 변하는 모습들은 때로 당혹스럽고 아쉬울 때도 있지만,
은은하고 넉넉한 향기를 발하는 노년을 보면서 매료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확실히, 변함없는 모습이 좋아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 사는 방법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