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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과 농부

kalos250 2005. 11. 24. 16:31
쌀협상 비준안 국회 통과와 농민들의 잇단 분신과 사망, 황우석 교수에 대한 "애국 네티즌들"의 높은 목소리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쨍한 햇살에도 쌀쌀함이 감도는 오후입니다.
우리 시대 애국심이란 건, 왜 이렇게 한쪽으로만 흐르는지.
진중권씨의 말대로 애국심이란 것이 원래 "온통 이성없는 감성의 덩어리인 모양"인지.

엊그제는 오랫만에 사촌동생을 만났는데, 국비장학금을 받고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에 대해, 오로지 탈한국을 하게 되어서 기쁠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탈한국...
아무런 부족함이나 아쉬움 없어 보이던, 고난의 단련 같은 건 평생 필요하지 않을 듯 하던 그가,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대한민국 대학사회에 들어서면서 겪어온 맘고생이 그로하여금 "탈한국"의 환호를 지르게 했던 듯합니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떠나기를 원한다는 땅, 그곳에 맨발로 발 딛고 지키며 살아온 농부들...  

아.. 11월이, 한 해가 다아 가고 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섭리, 그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 땀흘리는 농부"의 모습을 나름대로의 성찰의 계기로 삼고자 했던 어린 시절 일기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겐 뿌린대로 거두는 농부의 지혜와 자연의 섭리 같은 건, 우화나 전설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