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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보낸 엽서

kalos250 2002. 11. 7. 10:11
새벽녘에 군산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 엄마가 받으시는 거 잠결에 들었어.
배가 묶여서 섬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너 떠나는 걸 보지 못해서 지금 몇번 전화를 하니까 연결이 안된다.
아직도 못 떠나고 있는거야? 여기도 계속 비가 오긴 하는데.
근데 살면서 과친구들이랑 그렇게 왕창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니, 게다가 너나 나나 맨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사람들인데 말야.
어, 마침 내가 선유도에 관한 책을 읽고 있거든?
그의 말을 빌어 나도 ㅎㅇ에게 세개만 얘기할게, 언니 말 잘 들어어~
먼저 항구에 정박 중인 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볼 것.
배들의 이름에 선주들의 어떤 꿈이 담겨있는지, 뭐 거기 니 꿈 하나를 추가해도 좋아.
그리고 선유도의 모래사장을 천천히 그리고 유심히 걸어 볼 것.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라면 이해가 가?
마지막으로 눈 맑은 친구들 일테면 갈매기랄지 과친구랄지 많이 만나고 올 것.
물론  너도 그들에게 눈 맑은 사람이 되어 준다면 고맙겠지.
난 지금 어느 고마운 언니가 올려 준 무지개를 듣고 있는데 빨랑 군산 앞바다에도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빤짝 했으면 좋겠다.
엽서치곤 사설이 좀 길었지, 이게 다 부러워서 하는 소리랑게.
돌아 오는 날 파김치같은 모습 말고 돌미나리같은 그런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무지개

-이 글을 쓰는 동안 동생과 통화가 되었다.
선유도로 가지 못하고 결국 변산반도로 가게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