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계절

몇 해 전이었던가, 노란색 지갑을 잃어버렸던 일이 생각난 건 이제야 눈에 들어온 노란 은행잎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도무지 나오지 않는 지갑을 한참 찾다가, 4차원으로 통하는 구멍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 틀림없어, 중얼거리며 주저앉아 버렸던 기억.
그리고선, 노란색 이불을 장만하고 어릴적 어머니가 좋아했던 노란 이불이 태워질 때의 맵싸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었다.
좋은 사람과 걸었던 은행나무 길도 떠올렸고...
그리하여.. 노란색은 그리움의 색깔이다, 라고 명명했었다.

그게 아마 11월이었을 것이다. 노란  빛깔이 이리 짙은 걸 보면.
그리고 나는 또 뭔가를 자꾸 잃어버리고 있다.

빠듯한 일정으로 영상작업을 하던 중에 잃어버린 테입 하나에 담긴 것들에 미련이 남아,
오늘도 넓지도 않은 내방을 한참을 뒤졌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의아해 하다가,
지금은 혹시 내가 촬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의심하던 중이다.
(이런 류의 사건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가장 증폭시키는 무서운 일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되는..)

200기가나 되는 외장하드를 샀다.
흐믓한 마음에 백업을 하려고 데이타를 옮기다 에러가 나 축적해놓은 소스들을 날렸다.
그 또한 잠시동안은 상당한 상실감을 주는 일이었고, 화가나는 일이었다.
도대체 하드가  HARD 해야지 이렇게 부실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어제 실수로 게시판 글을 삭제해버리는 어이없은 일을 저질러 버리고서 호스팅 회사에 문의메일을 보내 오늘 답변을 받았다.
여러 개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클라이언트들에겐 백업을 당부하면서도,
정작 나는 백업에 대해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백업의 경우 고객님께서 자주 해두셔야 합니다.
저희 카페24 에서는 시스템 오류를 대비하여 백업을 하고 있으며 백업시스템은 일주일 단위로 백업을 합니다.
매일 새벽 5시에 백업작업이 이루어지며, 매주 수요일 새벽에는 백업디스크가 다시 초기화됩니다.

구체적으로 저희 백업시스템은 파일을 계속해서 쌓는 방식인데
삭제된 파일은 1주일간 보관되지만,
수정된 파일은 새벽에 백업될때 덮어써지기 때문에 당일에만 복구 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만 현재 저희 백업 디스크에 있는 내용은 오늘 새벽 5시의 내용으로 있기 때문에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업시스템을 정비하고, 백업정책을 세워야겠다.
복구가 불가능해진 것들이 더욱 나를 슬프게 하기 전에.
더 많은 것들이 나를 떠나 멀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