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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kalos250
2003. 6. 5. 22:05
문득 보니, 6월이다. 언젠가 "나른하고 무료한 일상, 그 안에 숨죽이고 있는 꿈 혹은 희망"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줘봤던.
이럴 땐 멀리 훌쩍 떠나, 그 무료한 일상을 사는 친구에게 낯선 지명이 찍힌 뜬금없는 엽서 한장 띄우고 싶어진다.
오늘 만난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이라는 책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황사를 막기위한 연구차 내몽고 고비사막에 가 있던 친구에게서 받은 메일에 얹혀온 것이라 했다.
" 그의 말로는 매년 우리 나라를 뒤덮는 순악질 황사의 발원지가 바로 그곳이며, 황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선 토양에 뿌리를 깊숙이 내릴 수 있는 식물배양이 필요하다고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황사문제가 내 친구의 손으로 해결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흐뭇하기 그지없다. 그는 요즘 내 모습이 힘들어 보였던지 편지에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 번 이야기한
몽골의 고비사막 한복판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마.
빈 공간이 있으면 바탕화면에 사용하면서
넓은 '비어있음'을 즐겨도 좋을 듯 하구나.
나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컴퓨터 바탕 화면에 깔아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뭔가 깊이 꽂히는 것이 있었다. 사막의 황량함과 척박함을 보고 가슴 깊은 곳에서 기운이 불끈 솟아올라 이렇게 답장을 써 보냈다.
보내준 시원한 사막풍경 사진 잘 받았어. 고마워.
비록 보기엔 척박해 보여도 그 척박함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과 의욕이 샘솟는 그림일세.
너는 그곳 사막에 황사를 막을 수 있는 식물을 배양하게나.
나는 사막과 진배없는 이 땅에 건강한 문화의 씨를 뿌릴 테니...
바탕화면으로 설정해두었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길다란 그림자는 자네 아닌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함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끝까지 해보는 거지 뭐. 또 연락하세."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든, "내공과 철학"이 단단한 이 대가의 저서에서 맞닥뜨린 이 정겨운 편지내용이, 사막만큼이나 척박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놓는다.
나는 이제 내안의 사막과 조금은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겠다.
나는 언제 이런 근사한 편지를 친구에게 날려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