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벼랑에서 살다.

kalos250 2003. 2. 5. 13:25
최근에 만나는 몇 몇 후배들에게서 "혼자 사는 일"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데, 그들에게 권해줄 책 한권을 발견했다.
조은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
아래 시에 반해서 어제 사들고 들어왔는데, 아직 간간히 넘겨보기만 했지만 잠깐 엿본 글들이 어찌 그리 가슴에 팍팍 와닿는지.
저자가 시인인지라 일상과 아주 가까이 밀착되어 있는 글속에서도  숨겨진 시적 단상들이 감탄사를 끌어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한 민국에서 여자 혼자 사는 일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섬세하고 생생한 고백을 들려줄 듯.
그 혹독한 외로움과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단촐해진 삶으로 인해 넓어진 사색의 공간이 환해보이는 것은 그가 시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어젯밤에 전화를 걸어온 언니는, 독신여성에게 불친절한  이 땅을 떠나 기어이 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 했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순수한 삶의 열정을 시시때때로 꺾어버리고 이 땅의 여성을 벼랑으로 몰고 있는 이 불친절하고 난폭하기까지한 사회가 참 밉다.

"사람이 달라지는 데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된다. 그것이 우리 삶의 본질이다. "
"어둠 속에 섬돌처럼 떠 있는 불빛들을 딛고 가면, 자신이 불을 밝혀야 할 작은 집이 있다. "

책 서두에 있는 이 두 구절을, 전자는 친구에게, 후자는 나자신에게 들려주기로 한다. 내가 밝혀야 할 작은 집. 이 말이 참 좋다.

이렇게 서둘러 아직 읽지도 못한 책얘기가 하고 싶어지는 건, 오늘도 끝나지 않는 일 땜에 서둘러 손을 놓아야하는 책이 애틋해지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