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문득 반가운 노래 한 자락.

kalos250 2005. 2. 28. 14:16


주홍글씨라는 영화속에서 여주인공의 최후는 살벌하게 끔찍했다. 감정이입이 힘들만큼 소름끼치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에게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던 이은주는 꽤 괜찮은 배우였던 듯.
나도 잠깐 그 영화의 비극적 결말과 그녀가 최후의 순간에 맞닥뜨렸을 순간을 떠올려보곤 소름이 끼쳤는데, 대체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둔감한 사람들조차 이 꽃다운 나이의 아름다운 여배우의 죽음앞에선, 진도Ⅲ 정도의 동요를 느끼는 것 같다.

그와 함께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티비에선 그녀의 자살소식을 전하면서 우울증이라는 주제로 그의 죽음을 상기시켜 주었지만, 그의 죽음은 우리에겐 좀 다른 것이었다. 거기엔 감정이입 같은 것이 필요 없었다. 그는 우리가 품었던 것, 우리가 겪었던 것들을 노래했던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다.
이은주의 죽음으로 인한 동요가 외부의 진앙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의 죽음으로 인한 흔들림은 그 진앙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의 죽음이 있던 날 나는 새벽 6시에 문득 잠이 깨어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끼곤 라디오를 틀었고, 거기서 그 소식을 들었었다. )

그래서.. 술을 마시면 "광석이형은 도대체 왜 죽은거야..." 라고 넔두리해대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나도 가끔씩 그가 옛사랑의 대상인양 그리우며,
문득 그의 노래가 듣고 싶고 부르고 싶어진다.

(진도Ⅲ :  실내에서 현저하게 느끼게 되는데 특히 건물의 윗층에 있는  사람에게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지진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정지하고 있는 차는 약간 흔들린다. 트럭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진동, 지속시간이 산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