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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인 된장찌개
kalos250
2005. 6. 23. 15:44
부족한대로 감히 "갖은"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만한 양념과 야채도 넣었습니다.
버섯과 양파, 푸른색 고추, 파도 송송 썰어놓고 심지어 싱싱한 바지락도 넣어
매콤하고 시원합니다.
고작 필름이나 들어있던 가난한 냉장고가 이제 이런 걸 내올 수 있을 만큼의 내용물을 갖추게 되었으니 참 많이 발전했습니다.
한 친구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식탐이 생겼어" 라고 쓸쓸하게 말했지만
뭐 굳이 그렇게 생각할 것 까지야...
멋진 풍경을 발견하는 것, 멋진 음악을 듣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에 뭐 다름이 있겠습니까.. (무슨 대단한 식도락가가 된 듯)
수저를 들다가 두 사람쯤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가난한 밥상을 차려주었던 두 사람에겐 더 이상 맛있는 밥상을 차려줄 수 있는 기회가 이생에는 없을 것이라. 그것이 좀 미안합니다.
다음생엔 멋진 요리사 쯤으로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끔씩 만나 밥을 먹게 되는 친구는 몇 년 전 우리집에서 내가 끓여주었던 생생라면 얘기를 자주 합니다. 이게 그냥 라면과는 다른 거야, 라고 "생색"을 내며 끓여주었다는 "생생"라면 만큼 맛있는 라면은 못 먹어보았다고. 고마운 친구지요.
날씨가 무척이나 덥고 몸은 무겁고 눈꺼풀은 더욱 무겁습니다. 어젯저녁 장지숙양이 참가한 영상발표회에 가서 본 영상물 하나는 16년간을 함께 산 일구라는 개에 관한 것이었는데, 요즘의 내 모습과 얼마나 유사하던지.
이런 때 무엇보다 맛있는 거 잘 찾아드시고, 잘 해드시고 건강 지켜가시길.
착한 당신, 혹시 맛있는 거 드시면서 혹시 제가 생각나거들랑 당장 연락 주시길.
제 몸이 아직 건재하고 자유로우니, 저처럼 또 내세에나.. 하면서 마음에 걸려하실 일이 생각나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