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나비가 나는 법

kalos250 2003. 5. 8. 10:40

어제는 비가 정말 많이 오더니, 오늘은 쾌처엉한 날입니다.
우산을 들고, 조금 먼 은행에 다녀온 사이에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 우산이라는 것이 전혀 비를 막아주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우산 위를 강타하는 빗방울이 안경과 얼굴에 마구 흩뿌려지는 이 사태에 신기해하며,  '이것도 우산이란 말이지' 조금 가소로와 하던 내게 마침 전화를 걸었던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합니다.  "우산이 원래 그런 거야"
그렇더군요. 우산이라고 해서 비를 다 막아주는 게 아니더군요.
하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우리의 삶을 지켜주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다 완벽하게 제 효용을 발휘한다면야... 어떤 빗줄기도 막아줄 수 있다면야.... 우리 삶이 이렇듯 불안하진 않겠지요.

나비가 날기 위해선 몸이 뜨거워야 한다네요.
삼십 도 이상의 체온을 유지해야 한대요. 나비의 배 쪽엔 비늘가루가 변한 털이 빼곡이 덮여 있는데 그곳에 최대한 햇빛을 쪼여 그 복사열로 체온을 올린답니다. 그래서 날씨가 맑은 날만 날고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은 비상하지 않는대요.
햇볕 좋은 오늘. 우리 몸 어딘가의 "비늘가루가 변한 털"에 햇볕을 잔뜩 쪼이시고, 높이 높이 비상하시길..
그리고 남은 햇볕을 꼭꼭 담아두었다가 흐린 날, 비오는 날도 체온을 잃지 말고 따뜻하게 간직하시길...